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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 온 첼리스트 장한나 '단독 인터뷰'

첼로 리사이틀 전국 투어, 21 수원 공연 밀착취재

[NBC-1TV 이광윤 보도국장]지난 1993년 10월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과 '현대음악상'을 수상하여  '르 피가로'지로부터 "11세 한국 천재소녀의 승리! 한나는 믿을 수 없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첼로의 대가!"라는 극찬을 받았던 11세의 앳된 소녀가 이제 19세의 성숙한 하버드대학교 예비 학생이 되어 조국의 팬들을 찾았다.

 

지난 8월 13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후, 21일 수원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 '장한나 첼로 리사이틀 전국 투어공연(영 예술기획/주관)'가 그것이다.

 

특히, 21일 그녀의 고향인 수원에서 있었던 장한나의 마지막 공연은 관객을 무한히 감동시킨 열광의 무대였다.

 

"음악적 스케일이 너무나 거대해 상상을 초월할 지경!" "믿을 수 없다. 이것은 세계적인 센세이션이다. 첼로는 작았지만 천재성은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한나처럼 재능이 많은 아이를 잘못 키우면 내가 죄를 짓는 것"이라고 흥분했던 현존 최고의 첼로 거장인 '로스트로포비치(장한나의 후원자)'의 표현을 가슴으로 공감한 무대였던 것이다.

 

이날 공연이 있었던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의 1848(1층 1220석, 2층 628석)석이 모두 만석이 되었는데, 관객들이 공연장 입장 전에 장한나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10곡의 아름다운 소품집"을 경쟁적으로 구입하느라 입장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져 결국 공연은 예정 시간인 7시 30분을 20분 넘겨 시작되었다.

 

7시 48분경에 무대에 자리한 장한나는 고향 관객에 대한 설레임 때문인지 손바닥으로 조명을 가린 채 객석을 유심히 여러 번 살폈다.

 

7시 50분 객석이 정리되고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 곡은 기악곡에 있어 대표적인 형식으로 굳어진 클래식한 소나타 형식을 시적 아이디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구성된 리하르토 슈트라우스(1864~1949)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작품 6" 관객들은 단번에 그녀의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첫 곡 연주가 끝난 직후, 공연장 밖에서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때가 8시 경, 주최측이 이들을 입장시켰다. 3백여명이나 되는 지각 관객들을 위해 2분간 공연이 지연 되었던 것이다.

 

차분한 모습으로 객석을 지켜보던 장한나가 8시 3분경에 연주를 다시 시작했다. 두 번째 곡은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 소곡집 작품 73." 슈만이 27세가 되던 해에 작곡한 이 작품은 그가 피아노 곡에서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한 작품인 동시에 어려운 기교가 요구되는 곡으로 장한나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별미(?)... 이미 낭만파 음악의 특징인 시적인 면과 공상적인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소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곡에 장한나 만의(새로운 것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고 변화하고 색을 더하고 있다.-욜 레비-) 화사함을 가미했다.

 

이어 가브리엘 포레(1845-19240)의 "꿈을 꾼 후에 작품 7. No 1" 까미유 생상(1835-1921)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와 "Allegro Appassionato 43" 니콜라스 림스키-코르바코프(1844-1908)의 "벌들의 비행"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17-1943)의 "보칼리즈 작품 34. No 14" 알렉산더 글라주노프(1865-1936)의 "음유시인의 노래 작품 71" 등 이 연주 되었다.

 

천재 첼리스트의 황홀한 연주를 직접 접한 관객들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장한나가 피아니스트 '다리아 오보라'(C.N.S.M 실내악과 피아노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상 수상)와 함께 무대를 떠났다.

 

이 때가 9시 40분, 객석에서는 앵콜의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이 때 장한나와 오보라가 무대로 나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다시 들어갔다. 요란한 앵콜 박수가 30여초간 계속되자 41분경에 두 사람이 두 손을 정답게 잡고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역시 인사만 하고는 다시 들어가자 객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가자. 원래 거장(?)들은 앵콜을 않는 법이여," 한 관객이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자 일부 청중들이 동요를 시작했다. 일부 일어서는 관객들 대부분은 장한나의 연주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접해보려고 공연장을 찾긴 했지만 아직 공연 문화 자체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 때였다. "제발 앉아 있으라"는 의미 같은 일부 관객들의 박수가 공연장을 진동했다.  9시 43분, 세 번째 등장한 장한나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의자에 앉았다. 거장(?)이 앵콜 연주를 한 것이다.

 

앵콜곡은 데이빗 파퍼(1843-1913)의 "Elfentanz Op. 39" 이곡은 첼로의 가장 높은 음역을 오르내리는 곡으로 연주자로서는 최고의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 19세 연주가인 장한나가 자신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은 박진감 있는 곡이었다.

 

관객들은 전신에 리듬을 주며 흥겹게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포퍼의 "요정들의 춤" 연주가 끝난 직후, 한 관객이 펄쩍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임창열 경기도지사의 부인인 주혜란 여사 였다.

 

뒤이어 모든 청중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어나 장한나에게 환호를 보냈다. 수원이 배출한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의 금의환향은 예술을 못랐던 이들조차 공연장으로 흡수했을 만큼 영향력이 컸던 것이다.

 

장한나는 공연이 끝난 후, 대공연장 로비에서 5백여명의 팬들에게 기념 사인회를 했다. 줄선 팬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이들 모두 고전음악에 대한 감동을 만끽한 듯한 표정이었다.

 

사인을 받은 팬들은 사인이 지워질세라 조심 조심 사인을 챙겨서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공연장 밖은 이미 어둠이 깔린 밤 11시의 기로에 있었다.


다음은 장한나와의 단독 인터뷰

기자는 공연 한 시간 전에 장한나와의 인터뷰를 섭외했다. 먼저 수원공연의 주관사인 '드림25 엔터테인먼트'측에 의뢰를 했는데, 그 대표자가 난감함을 표했다. KBS가 주관 방송사이기 때문에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는 사절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몇 개의 타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이 헛걸음했다"며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미국에 가서라도 인터뷰할 인물을 지척에 두고 인터뷰를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매니지먼트사인 '영 예술기획' 관계자에게 적극적인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도 장한나의 책임자가 여성 분으로서 국제적 감각이 있는 분이시라 기자의 취재를 특별히 허락해 주었다. (금남의 장소인 분장실에서 전격적인 단독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 8월 13일 대구공연을 시작으로 오늘 수원공연까지 7개 도시를 순회공연했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데 특히 수원이 고향이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렇다. 수원이 나의 고향이다. 아울러 항상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직접 와서 연주를 해 기대가 컸고, 또 행복했다. 또 오고 싶다."

 

- 워싱턴 케네디센터나 뉴욕 카네기홀 등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연주를 했는데, 그에 비하면 국내 공연장의 환경이 너무 미흡하지 않은가? 특히 지난 17일에 연주했던 OO공연장은 지켜보는 기자도 민망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냉방이 허술해서 연주때 땀을 비 오듯이 흘렸는데?

"더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주가는 모든 환경에 스스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연환경보다는 관객들의 모습을 더 중요시 여긴다."

 

- '로베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작품 6" 연주가 끝난 직후, 갑자기 들어온 지각 관객 3백여명 때문에 첼로를 잡은 채로 2분 동안이나 기다렸다가 연주를 했는데 그 때의 심정은 어떠했나? 흔한 경우는 아니지 않은가?

"처음은 아니다. 아무래도 청중들이 와서 앉기 전까지 들어오는 청중도 그렇지만 이미 앉아계신 청중들도 그에 대한 방해를 받기 때문에 기다렸다가 음악을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공연환경보다도 관객들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금까지의 공연 중에 가장 아름다운 관객으로 기억되는 연주회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나 스스로 느끼기에는 모든 관객들마다 다르고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에 관객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연주회 때마다 아름다움이 다르다. 교감하는 상대방이 다르다보니까 표현하는 것도 하나 하나가 특별해지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관객보다는 관객들의 특성 모두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연주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다."

 

- 국내 공연과 국제 공연의 차이점은?

"큰 차이점은 없다."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17-1943)의 '보칼리즈 작품 34. No 4"를 연주할 때 첼로의 '활털'이 끊어졌는데 어떠했나?

"'활털'은 자주 끊어지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연주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에필로그

지난 7월 31일, 전국투어연주회(영 예술기획 주최)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장한나는 이제 '천재소녀'라는 애칭을 쓰기에는 어색할 만큼, 성장해버린 19세의 숙녀가 되어서 돌아왔다. 짧게 커트 해 착붙은 그의 머리 스타일은 유난히 깨끗한 피부를 더욱 튀게 보였다.

 

SAT(미국 대학학력평가 시험)성적이 좋아 하버드에서 먼저 입학 제의를 해와서 오는 9월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뜻밖의 돌출 상황이 발생했다. 1학년은 무조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하버드대의 학칙 때문에 입학을 1년 정도 미루기로 한 것이다.

 

기숙사에서는 첼로를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동안 첼로를 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가 최근, 입학을 하더라도 학교 밖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냈는데, 학교측이 긍정적인 배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장한나의 뉴욕생활은 올해로 9년째이다. 지난 1992년 9세때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하면서 한국을 떠나, 2년 뒤 파리 '로스트로포비치콩쿠르'에 우승해 세계 음악계를 경악케 했다. 유수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음반을 내면서 '어린 거장'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올해는 전속레코드사 EMI와 계약을 5년이나 연장했다. 기악이 모두 그렇지만 생을 관조하는 음색과 울림의 첼로는 특히 몸과 정신의 성숙을 필요로 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이런 성숙함을 받쳐주는 것은 연륜이다. '천재소녀'라는 애칭을 벗어 던진 장한나의 '제2 첼로 인생'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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