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김근태 상임고문 칼럼 "서울의 봄, 깐느의 봄"

2011.10.04 14:18:36

"대한민국의 봄을 기대해 본다"

[NBC-1TV 정세희 기자]아래 글은 외부 기고문으로 본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서울의 봄, 깐느의 봄 바야흐로 가을이 왔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오세훈 전 시장 덕분에 봄이 한창이다. 가을의 한복판에 ‘서울의 봄’이 열렸다. 서로서로 꽃이 되고자 경쟁이 한창이다. 물론 각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선거고 나 역시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선택된 후보가 최종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기간 중에 국정감사, 한미FTA 등의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다. 그런데 국가적 사안들이 다뤄져야할 국회의 국정감사가 뒷전으로 취급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게을리 한다기보다 여론의 관심이 분산되어 중요한 국가적 쟁점들이 부각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쟁점이 국회에서 부각되지 못하면 언론보도도 잘 안되고 가뜩이나 바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곧 타결이 임박한 듯 보이는 한미FTA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선거가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

물론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잘해야 대한민국 안에서의 일일 뿐이고 정치적인 일일 뿐이다. 때 아닌 서울의 봄 속에 대한민국이 선거로 가을앓이를 하는 동안에도 세계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경쟁 속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 역시 중동 지역이 격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유엔회원국 승인신청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으며, 리비아에서의 NATO 개입과 승리가 확실해질수록 시리아문제를 적극 해결할 수 없는 NATO의 무력함과 위선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정치적 사건과 경쟁들보다 중요한 일이 경제에서, 금융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의 금융위기와 스페인, 이탈리아의 위기설로 세계금융은 심하게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스 금융위기 해결에 관한 수많은 논쟁과 논의는 최근 독일의 지원이 의회에서 최종 의결됨으로써 우선 일단락되었다.

금융위기 논쟁 중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였다. 버핏은 소위 버핏세라 일컬어지는 부자증세를 주장했고, 빌 게이츠는 ‘토빈세’라고 불리는 금융거래세를 주장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한마디로 참담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버핏세 도입에 대하여 미국과 사정이 달라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정적자 수준이 미국과 달리 양호하다는 단순한 생각인데 어떻게 저런 인식으로 국가경제를 이끌고 있는지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버핏세 논란을 계기로 선제적으로 재정건정성 확보에 주도권을 행사해야할 주무 장관의 발언으로 너무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버핏세의 핵심은 미국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감세 수준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정도로 과도했고 지금보다 빠른 시점에 감세를 중단하고 점진적 증세를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 버핏세의 교훈이다.

솔직히 박재완 경제팀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미국과 유럽의 교훈으로 당연히 중단해야할 감세조차 야당과 친박의 반대에 부딪쳐 겨우 수용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토빈세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G20의장국을 큰 업적으로 자랑하는 이명박정부가 가장 공을 들일 사안이다. 이와 관련 의미 있는 소식이 하나 전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EU내 주식 및 채권 거래에 0.1%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소위 금융거래세, 토빈세인데 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U의 유로존 17개 국가에서 먼저 도입할 예정이고 깐느 G20정상회담에서 제안할 방침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깐느에도 금융전쟁의 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지인 깐느는 우리에게 영화제로 더 유명하다. 비록 서울의 봄에 묻힌 깐느의 G20 정상회담이지만 대한민국의 운명에 더 치명적인 것은 깐느의 봄이다. 이번 깐느 G20의 황금종려상을 ‘토빈세’가 수상하고 대한민국이 이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만약 깐느의 봄에서 토빈세가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다면 그간의 정책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것이다. G20과 G20의장국은 솔직히 업적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격이 그 정도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고 운이 따랐다.

이명박 대통령이전에 대한민국은 이미 G20수준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진정 독보적인 이명박 정부의 업적은 토빈세 등의 도입을 통한 횡포의 견제에 달려 있다. 11월 3일과 4일에 있을 깐느의 봄, 대한민국의 봄을 기대해 본다.

2011년 10월 김 근 태


정세희 기자 shjeung@nbc1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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