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훈을 실천하지 못한 불효자의 가슴이 시려 옵니다"

2013.06.18 09:22:16

"목숨과 바꿀 정도의 친구를 단 한명이라도 사귀는 것이 성공의 척도"


[NBC-1TV 박승훈 기자]이 글은 전 강동문인회 김병관 회장이 보내 온 글로 본사의 논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

6.25 전쟁에 참전하시여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살아오신 저희 아버님께서는 불편한 몸으로 농사를 지어 저의 6남매를 키웠습니다. 한학자이신 할아버님으로 인해 가세가 기운 집안을 일으켜 세우시느라 주로 달밤에 밭을 가실 정도로 부지런 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하신 분이 장날만 되면 멋지게 차려 입으시고 장터 주막집에서 친구들과 약주를 드시고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오시곤 했습니다.

6남매의 장남인 저는 좀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장터에서 친구들과 술 드시는 모습이 보기 싫어 일부러 피해간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만해도 학비나 책값을 타려면 눈물을 몇 번 흘리고 나서야 가능 할 정도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절 이였습니다. 그래서 왜 술로 낭비를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거나하게 취해 오신 아버님께서는 제 마음을 읽으시기라도 하신 것처럼 저를 불러 앉혀놓으시고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생에 있어 성공의 목표가 많이 있겠지만 무식한 내가 알기로는 목숨과 바꿀 정도의 친구를 단 한명이라도 사귀는 것이 성공의 척도라고 하시면서 고사를 하나 들려주셨습니다.

옛날 어떤 분이 아들에게 친구가 잇느냐고 물었는데 아들이 목숨과도 바꿀 친구가 있다고 하자 아들에게 지게에 무엇을 지게하고 아들의 친구 집으로 향했습니다.

문 앞에 당도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솔직히 내가 살인을 해서 지게에 시체가 있는데 아들 친구의 도움이 필요 할 것 같아 여기까지 왔는데 아들이 대신 실수로 살인을 했다하고 도움을 좀 청해보라고 했습니다.

놀란 아들은 아버지 명을 거역 할 수 없어 친구를 불러내어 도움을 청했는데 아들의 친구는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느냐면서 문전박대를 하는 것 이였습니다.

이를 숨어서 지켜본 아버지가 대신 지게를 짊어지고 아버지의 친구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들 친구한테 한 것처럼 아버지가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자 아버지의 친구는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자네처럼 착한 사람이 그런 실수를 했냐면서 지게의 시체를 집안으로 숨기기에 바빴습니다.

안 마당에 와서 지게의 시체를 내려놓고 보니 시꺼먼 돼지가 한 마리 누워 있었습니다. 그 날 아버지와 친구는 돼지를 잡아 깊은 우정을 되새기면서 잔치를 했다는 것입니다.

아버님께서는 늘 부모 팔아서 친구를 사는 것이라고도 하시면서 장날이면 친구들과 약주를 거나하게 드시고 오셔서 구성진 노래를 부르시곤 하신 모습이 어제인 듯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님의 유훈을 지키지 못한 불효자식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습니다.

60평생을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코 흘리게 어린 동네 친구로부터 학교친구 절집도반 군대친구 사회친구 셀 수도 없는 친구가 있었는데 내 마음을 터놓고 의논할 만한 친구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얼마 전 어려운 일을 격어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어느 문우께서는 회장님은 엉성한 그물을 너무 넓게 쳐 놓은 고로 고기들이 다 빠져나가 버렸는데 그래도 마음이 천심이라 큰 고기가 한 마리쯤은 잡힐 것이라는 농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큰 고기를 욕심 낼 때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의지 할 진정한 친구나 도반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 분명하였습니다.

어느 분의 시가 아버님의 유훈처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무는 끝까지/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나무는 자신을 위해/그늘을 만들지 않습니다./'나무 위에서 지켜본다.'는 것은/처음 만난 자리에서 끝까지 지켜보며/그늘을 만들어 준다는 뜻입니다.

나에게 그런 친구 어디 없나 찾으려 말고/내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습니다.” /나 자신만 옳은 일 한다고 이기적인 삶을 산 것이 결국 고독한 인생을 만들고 만 것 같습니다.

홍성남 시인의 배신이라는 시도 제 마음을 울립니다.

"배신의 하루/오늘의 배신/실 가슴 헤집는 고통/내일은 멈춰야지/배신은 임이 날/버린 게 아니라/임의 기대 저버린/내 허물이 배신이다/배신 멈추려/속으로 울며 핀/숯 가슴 능소화/말없이 지고/섦 다한 내 배신/임의 품에 안겨/눈물 만/뚝뚝 떨 군다.“/제 하소연에 마당바위님은 위로의 글을 주기도 했습니다./마음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들은/안으로 천민자본주의, 황금만능풍조/밖으로는 금융정보독점 무한경쟁의/가속화로, 인심민심이 여유를 잃고서/피폐해지면서, 강남제비 사라지듯/우리들 마음의 처마에서 사라졌습니다.

김 선생만 그러한 거 아니오니 결코 실패한 인생이라 자탄치 마옵소서...배반의 계절에 자신을 지켜나갑시다. 1974년 2월... 먼저 간 159명 동기생들 생각하소서! “ 마당바위님 말씀에 작은 위로는 되지만 진정한 친구는 내 자신이 만드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아버님의 유훈을 실천하지 못한 불효자는 가슴이 점점 시려 옵니다. -전 강동문인회장 김병관 -


박승훈 기자 shpark@nbc1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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