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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진흙 속에 묻혔던 진주, 화전가(花煎歌) 필사본 발굴

기존의 화전가와는 달리 당시 시대상이 상세히 기록된 희귀 화전가로 학술적 가치 높아...
소장자 소엽 신정균이 공개한 화전가의 필사 시기는 “병신년 3월 15일”이라고 정확히 기록

어화 벗님네야 이내 말쌈 들어보소
춘하추동 사시절에 어너때가 제일인가
산천이 새옷닙고 만물이 시생하고
향하도 만발하니 춘삼월이 제일일세


꽃은 피여 화산되고 잎은 피여 청산되니
궁벽산천 여성들은 춘형을 못 이겨서
앞집 새댁 뒷집 새댁 서로서로 손길잡고
전후를 살펴보니 앞으로는 장천이요
뒤로는 절벽이라
좌우에 진달래는 송이송이 만발이요


 

[NBC-1TV 이광윤 보도국장]바야흐로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의 절정이다. 산에는 연둣빛과 연초록빛의 나무들이 소복소복 어여쁘다. 이런 화창한 날에 우리 조상들은 화전놀이를 즐기며 화전가를 불렀다 하니 우리 민족은 참으로 풍류와 멋을 제대로 아는 민족이 아닐까 싶다.


화전가(花煎歌)는 그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구전되어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 가사를 직접 찾아보기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 화전가 필사본이 새로이 공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반다지 안에 두루마리가 있었던 것을 2002년 겨울에 서예가 소엽 신정균이 소장하게 된 것.


소엽이 공개한 화전가의 필사 시기는 “병신년 3월 15일”이라고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작품의 시대배경이 6.25 전쟁이므로 병신년은 1956년으로 추정된다. 누런 색의 두루마리에 쓰인 화전가 필사본은 가로 길이가 160Cm, 세로길이 30Cm, 52행, 863자로 되어 있다.
 

국문학사에서 화전가는 규방가사에 속한다. 여성들의 가사작품인 규방가사는 조선후기 이르러 화전가(花煎歌)라는 새로운 유형이 등장한다. 봄에 진달래가 피면 마을의 여성들이 꽃지짐을 해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과정을 부른 노래이다. 화전놀이가 보편적이었기에 화전가는 이시기에 널리 유행하여 필사 또는 모작, 창작한 여러 이본이 전한다.


화전가 중에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덴동어미 화전가>이다. 덴동어미라는 팔자가 기박한 여인이 화전놀이 자리에서 신세한탄을 길게 늘어놓아 당시 하층민의 어려웠던 삶을 짐작하게 해 준다.


소엽이 소장한 화전가는 <덴동어미 화전가>와 같은 파란만장한 서사는 없지만 개인이 처한 상황 속에 시대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화전가의 내용은 대개 봄을 맞아 화전놀이를 준비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 그 날 화전장에서 하루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하산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집에 도착한 뒤의 감회까지 모든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소엽 소장의 필사본은 처음에는 일반 화전가류와 비슷하게 진행되나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본사에서 화전을 부치거나 봄 경치를 즐기는 내용은 아예 없다. 또한 개인적인 신세한탄을 하는 내용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드러내고 있는 점에서 특이하다.


대한민국 우리여성 철천지 한이 있네
과거 일제 정치하여 삼십육년 소국되어
모진 정책 받다가서 을유년 삼월달에
연합군의 득택으로 해방을 맞이하여
집집마다 태극기요 곳곳마다 만세소리
천지를 진동하고 감격에 넘친것만
다행중 불행으로 경인년 유월달에
육이오사변 일어나서 남북싸움 왠말인가
삼팔선이 원수로다 삼팔선만 없으면
남북싸움 없을 것을
괘래군아 손들어라 하루빨리 손들어라
중공군아 물러가라 귀중하신 우리 오빠
삼천만 민족위해 괘래군 무찌러고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6.25 전쟁으로 인해 가정의 기둥인 오빠가 전쟁에 나갔다는 것, 오빠를 향한 그리움,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발견되는데 “여러분 일어나서 만세삼창을 부릅시다”로 끝나는 점이다. 끝까지 나라를 걱정하는 화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엽 소장본은 화전가가 시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모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보건대 화전놀이가 신라시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후기에는 화전가가 유행가처럼 퍼졌다. 그것이 변모되고 이어져 최근까지도 창작되어 왔다는 것을 이번 발굴된 화전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격동기의 시대와 개인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문학이 삶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자세한 연구는 국문학자의 몫이겠으나 아리랑이 시대마다 변모되어 우리의 애환을 표현했듯이 화전가도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우리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것이 고맙고 반갑다. 이러한 자료가 우리에게 남아 있어 먼저 살다 간 앞선 세대의 정서와 삶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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