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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1년전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뒤안길

성공적 개최에 감동도 컸지만, 한국 서커스 관계자 불참 '옥에 티'


평양교예단 서울공연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주년이 되었다.

남북 교류의 상징적인 축제의 마당으로 작년 6월 3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되었던 '평양교예단' 서울공연은 평양교예단 서울공연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보애)와 한겨레신문. K-TV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고 (주)엔에스21. (주)단암데이타시스템이 주관했었다.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기자회견이 열렸던 지난 해, 5월 19일 K보험빌딩 회의실은 집요한 기자들의 질문이 던져졌다. 6월 3일 공연이 확실히 실현되는 것이냐는 노파심이 주 관심사였는데, 이는 지난 95년에 한겨레신문과 (주)계명프로덕션 등이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와 평양교예단의 서울공연을 추진한다는 공식 발표를 했음에도 북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인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보애)의 답변은 확신에 차 있었다. 기자들 역시, 남북 화해의 급물살의 여파를 감안해서였는지 대체로 공연 개최에 희망적인 분위기...

북측 대표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강종훈 서기장이고, 참가 규모는 70여명의 출연진에 출연료는 300만 달러(당시 환율 약33억원)까지 제시했다. 결국, 탁상공론으로만 여겨졌던 공연업계의 최대 희망 사항이 현실화 되었던 것이다.

대망의 첫 공연이 열렸던 2000년 6월 3일 잠실실내체육관은 15만원인 특석까지 만석이 된 가운데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화사한 차림의 단원들이 오른 손을 흔들며 입장하자 관객들은 체육관이 울릴 정도로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다.

간단한 의식이 끝난 후, 평양교예단의 요술배우인 주경란 씨의 사회로 환상적인 평양교예단의 재주가 펼쳐졌다. 오명극 외 5명의 곡예사가 20미터 높이에서 허리에 줄을 묶고, 번지점프를 연상케 하는 탄력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이어, 오영옥(24세. 교예배우) 씨의 절묘한 발재주가 선 보이자 관객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경쾌한 반주에 맞춰 손뼉을 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평양교예단의 백미는 그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사하는 우리 민족의 널뛰기를 인용한 고난도 재주였다. 류춘길(42세 공훈배우) 외, 7명이 선 보인 널뛰기는 관객들의 박수가 계속 이어졌을 만큼, 순간 순간이 긴장과 감동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류춘길 씨의 널뛰기 후, 4번 공중돌기와 신기남씨의 5번 공중 돌기의 세계 최고 재주가 구사 되었을 때는 취재에 대한 관념 때문에, 담담한 입장일 수도 있었던, 기자들 까지 박수를 칠만큼, 열광적인 분위기였다.

막간 막간에 선보인 윤정철(33세 교예배우) 김덕일(32세 교예배우)씨의 코믹연기는 긴장과 흥분에 빠진 관객들에게 수시로 폭소를 유도하는 등... 소재와 재주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아쉬운 것은, 무대 특성상, '아이스서커스'와 '수중서커스'를 함께 볼 수 없었음이다.

공연단 67명. 악단 15명. 연출기술자 등, 총 102명의 평양교예단이 참가한 평양교예단 서울 공연은 1회 공연 1시간 30분 동안 14종목의 현란한 재주를 선사하며, 8일간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던 것이다.
그러나, 남북 화해의 시금석이 되었던 축제의 장에 남한의 서커스 관계자가 제외되었다는 사실이 '옥에 티'로 남았다.

개막식 의전에, 당연히 한국곡예협회(회장 박세환) 관계자를 초청해야 했다. 남북 정상도 만나는데, 남북의 곡예 대표자가 만나는 공식 모습이 얼마나 가슴 뭉클했겠는가? 물론 남북 서커스의 괴리가 크다. 그러나, 모든 게 정부의 탓이다. 정부의 미비한 지원 속에서도 카니홍 김영희 박광환 서정현 같은 세계적인 곡예사를 키워낸 한국 서커스의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용극장 하나 없이 전국을 유랑해야 하는 국내 서커스의 현실은 외면한 채, 북한의 서커스에만 호의적인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평양교예단이 세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던 대부분의 대회에는 국내 서커스도 초청 의뢰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의상비가 없어 포기했던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예술에 관한한 세계 최고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북한도 평양교예단에 대해서는 '금지옥엽'이다. 이미 1972년에 평양교예학교(6년제)를 설립하여, 전국에서 12-13세 어린이들을 엄선한 후, 특별 양성하는데, 1년에 40명씩 지금까지 모두 3백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지난 91년과 93년 세계서커스대회 공중비행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단체로 인정 받았던, 평양교예단은 제8회 영국세계서커스대회와 제11회 몽테까를로서커스페스티벌, '제3회 중국 무한교예축제'에서도 금상을 수상하여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지난 1964년에 건립된 '인민군교예극장'과 1989년 평양축전을 위해 건립된 평양교예극장 등 세계적인 서커스 전용 경기장이 두 곳이나 있다.

남북 서커스의 대 정부 관계도 '극과 극'이다. 북한은 '평양교예단'에 인민.공훈배우가 52명이나 있다. 그러나 국내 서커스의 처지는 어떤가? 한국서커스의 맏형격인 동춘서커스의 박세환(57세 한국곡예협회장) 단장은 물론이고, 후진 양성에 공이 많은 김의웅(대우서커스단) 단장 등 한국 서커스의 산 주역 대부분 훈장 하나 없다.

그 뿐인가? 현존하는 국내 5개 서커스단 대부분이 공연장을 구할 때마다 해당 공무원들의 비협조에 애태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각 기관에서 한국서커스의 공적을 뒤늦게나마 인정하는 모습이 보여 향후 대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1주기를 맞이하여 남북한 서커스단이 한 자리에서 합동공연을 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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