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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20여 년간 바꾸지 않은 전화번호로 걸려 온 은사님의 전화

선생님의 국제 전화에 타임머신을 타고 학창시절로 돌아 간 듯한 행복감 느껴...


[NBC-1TV 이광윤 보도국장]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요즘 2G폰을 고집한다면 분명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애교섞인 핀잔을 듣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태에서 그것도 언론매체의 보도국장이 구식 휴대폰을 사용하니 보는 사람마다 한소리를 한다.

25년 전에는 오히려 남들이 가질 수도 없었던 휴대폰을 직업상 지니고 다니며 시선을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일명 ‘탱크’나 ‘역기’로 불리던 모토롤라 휴대폰을 가지고 다닐 때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바라보던 행인들의 시선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 1995년 ‘PCS폰’라는 새 통신수단이 예고 되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번호를 개통해 준다는 홍보에 기가 솔깃하여 전화를 개통했고 그때 처음으로 통신사를 이동했다.

016-XXX-XXXX 번호... 20여 년간 지금도 그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 번호를 바꾼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의 몰골(?)을 본 지인들이 번호 자동안내 서비스가 있으니 새 전화기로 갈아 타라고 조언 한다.

그러나 나는 “상대방의 번호가 바뀌거나 3년 이 후 수신되는 휴대폰 까지 보장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며 손사레를 친다. 그 소리가 답답했던지 언젠가 한 친구가 “1년 이상 통화를 하지 않는 사이라면 미련을 둘 필요가 없는 관계”라며 번호도 바꾸고 폰도 바꾸라고 독촉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친구가 언급했던 “미련을 둘 필요가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1년은 기본이고, 3년, 10년 20년만에 걸려 온 전화도 있다.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가 귀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오늘(한국시간 28일 오후 5시 45분경) 20여 년만에 지인의 국제전화를 받았다. “OOO씨! 나 누군지 알아요?”, “그럼요, 알다마다요 선생님 생신도 기억하고 있어요 충무공탄신일이 생신이잖아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전화를 하신 분(류광성 여사)은 교수님 부인으로 부군은 나에게 “O군”으로 사모님은 “OOO씨”로 호칭하며 각별히 지냈던 사제간의 관계였다.

88년 어느날 내가 그 사모님의 배려와 사랑에 감동해 관례에도 없는 ‘보애’라는 존명을 헌정하고 선생님으로 호칭을 바꿨다. 아랫사람이 윗분의 ‘호’를 짓는 것에 어색함도 없지 않았지만, 오히려 사모님으로 칭하는 것이 어색해서 선택한 관계 정립이었다.

역대 영부인들과 이화여대 동창생이거나 동문이셨던 선생님의 인맥을 두고 한 친구분이 “한국의 10대 마당발 중 한 사람” 이라고 했을 만큼 인품이 좋으셨다. 그런 분이 나를 위해주셨으니 20대인 나에게는 큰 존경의 대상이셨다. 얼마나 그림자처럼 동행 했으면 언제 부턴가 선생님의 주변 지인들 까지 우리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 했다.

숨기진 교수님의 아들이거나 사위감 이라는 추측이 주요 관심사 였다. 그런 경계심 속에서도 선생님의 사랑은 꾸준히 이어졌다. 친구분들의 자녀 결혼식에도 동창모임에도 나를 동행 시켰을 만큼 각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내가 기자가 되면서 선생님과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사회에 진출한 나에게 시간 낭비를 하지 말라시며 선생님께서 거리를 두셨다. 나도 그런 선생님을 보면서 나에게 시간을 허비 하시는 것보다도 더 좋은 시간을 보내시라고 안부 전화도 자주 드리지 않았다.

그 무렵 우연히 만난 지인이 “선생님의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성공했다”며 “판.검사는 물론이고 미국 나사에 진출한 세계적인 인재들도 수두룩하다”며 숨겨진 선생님의 미담을 전해 주셨다.

2000년도 초반에는 아프리카에 이민 가셨다는 안부도 듣게 되었다. 그런 분의 전화를 20여 년만에 연결해 준 016-OOO-OOOO 구식(?) 번호와 구식전화기를 어떻게 바꾸겠는가?...

“혹시 예전 번호가 바뀌었으면 영원히 연락이 끊기는구나”라고 생각하시며 국제전화를 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순간 순간 변해가는 쏜살 같은 세월이지만 너무 쉽게 변하는 풍토가 너무 안타깝다.

기기변경 이나 번호이동을 해야 최신폰으로 바꿀수 있는 기존의 통신정책을 납득 할 수 없다. 이런 나에게 “두 대의 전화를 이용하라”고 조언하는 고마운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시계 분침소리 만큼 수시로 울리는 바쁜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두 대를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나만의 처지이다.

각설하고 아프리카에서 울린 전화 벨소리와 여전히 따뜻한 목소리를 간직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온기를 느낀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20대 청년으로 되돌아 간 듯한 행복을 느꼈다.

“당장 탄자니아를 방문하라”시는 선생님의 부르심에 마음은 이미 아프리카에 가 있다. 연로하신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혹시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있지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학창시절에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선생님의 값진 사랑이 오버렙 되면서 나도 순수(?)했던 때가 있었다는 옛생각에 빠져들었다.

청산(靑山)은 원부동(元不動)인데 백운(白雲)이 자거래(自去來)라고 “청산은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머물고 있으나 흰구름은 그 산이 그리워 산봉우리를 맴돈다”는 고사성어 처럼 언제나 내 삶 속에서 산(山) 같은 큰 스승으로 또는 어머니 같은 온화하신 자태로 오래 오래 장수 하시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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