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신용사면 대책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며 과도한 논란을 부른 가운데, 과중채무자의 절반가량은 신용카드사가 이용자의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은 채 길거리 카드발급을 해줬다고 대답해 채권기관의 모럴 해저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중채무자의 4분의 1은 채권기관 위주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를 이용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 당선자가 구상중인 신용회복기금의 채무조정 역시 채무자의 사정을 더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본부장 이선근)가 2005년 1월부터 운영 중인 ‘나 홀로’ 개인파산 신청강좌에 참석한 채무자 중 설문에 응한 5785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6.2%에 달하는 2673명이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있다고 답하는 등 정부의 카드사용 활성화정책과 채권기관의 ‘묻지마’ 대출관행이 심각한 폐해를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중채무자의 22.3%인 1291명은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를 , 2.4%인 143명은 배드뱅크를 이용하는 등 전체 응답자의 24.7%인 1434명이 채권기관 위주의 채무조정제도를 통해 빚을 갚다가 포기했다고 답했다.
과중채무자들은 채권기관의 빚 독촉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가혹한 빚 독촉을 받은 경험은 △잦은 전화 2536명(43.8%) △“유체동산 가압류 집행 통보서” 문구 등으로 채무자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편법 빚 독촉장 발송 1791명(30.9%) △가족·동료에게 본인의 채무사실을 알림 1418명(24.5%) 등이었다(중복답변).
채무증대 사유로는 생활비(2214명, 25%)와 사업자금(2809명, 31.7%)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보증채무(1120명, 12.6%) 의료비(835명, 9.4%) 주택구입(216명, 2.4%) 교육비(437명, 4.9%) 순이었다. 도박·사치·낭비 등 이른바 ‘도덕적 해이’로 빚이 늘어난 응답자는 129명(1.5%)에 그쳤다.
채무규모는 1억원 초과가 9.5%(547명), 5천만원~1억원 17.4%(1008명), 3천만원~5천만원 26.8%(1553명), 2천만원~3천만원 23.·1%(1337명), 1천만원~2000만원 19.3%(1115명), 1천만원 이하가 3.7%(214명), 무응답 0.2%(11명)였다.
월수입의 경우 100만원 이하가 45.2%(2917)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150만원 15.4%(892명), 150만원~200만원 5.4%(314명), 200만원~250만원 1.1%(66명), 250만원 초과가 1.6%(92명), 소득 없음이 31.2%(1804명)였다.
과중채무자의 주거상황은 지인이나 친족 주택에 얹혀사는 사람이 40.4%(2337명)로 가장 많았고, 월세 보증금 1600만원 이하의 임대주택 거주자가 38.9%(38.9명), 월세 보증금 1600만원 이상 주택의 거주자는 8.1%(471명)이고, 전세 거주자는 7.5%(433명)에 불과했다. 자가 거주자는 5.0%(292명)이었으나,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으로 주택의 재산가치가 거의 없었다.
직업별로는 정규직 회사원이 4.3%(250명)에 불과한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44.0%(2544명)나 됐고, 실업자도 38.7%(2241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