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생각
김진돈
빗방울이 돌에 박힌 통증을 씻어내고 있다
곰보자국처럼 불안한 표면의 감정들, 돌은 자신의 영역을 한쪽씩 양보했는데 그만큼 부풀어진 귓바퀴, 바깥으로 붉게 울혈된 발가락은 어쩌고
부스럭거리며 흔들리는 감정들
뒤통수를 넘나드는 그림자
그간 고생이 많았구나
사거리 향나무 아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한 채
울퉁불퉁하게 굳은
돌의 근육
멀리 이곳까지 왔구나
나뭇가지에 걸린 경적소리, 허공에서 떨리고 있다
사리처럼 단단해진 불온
쪼고 쪼아 뚫린 구멍으로 빠져 나오는 뒷골목
언제 나타났을까 닳고 닳아진 조각들, 비틀거리며 뒤섞이는 복면들
매일 풍우한서를 입던 돌의 외투는 얇아지고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지냈구나 물은 토해내고 피부는 거칠고 돌 이면엔 우둘투둘하게 부풀린 새카만 혈관들, 이제 돌도 감정을 버렸을거야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오래된 길을 돌아온 바람이 돌을 쓰다듬어주곤 했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 돌 틈에 한 점처럼 잉태한 푸른 이끼와 껍데기는 너덜너덜한 그대로 무릎을 구부린 채, 고요한 선정에 들어간 돌은 내외이며 화엄의 법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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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진돈 프로필
전 송파문인협회장
평통 송파구협의회장
운제당한의원 원장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