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1TV 이석아 기자]‘역(易)’을 잘 아는 자는 점을 보지 않는다. ‘주역’을 제대로 알면 미약한 기미를 포착해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제어하고, 삶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을 아는 사람은 좋은 일 나쁜 일을 따지며 기뻐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주역, 사주팔자, 관상학 등은 여전히 미신적인 요소로 취급된다. 그와 같은 세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재미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람들은 은밀하게 그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인간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인생의 막다른 벽에 부딪쳤다고 생각된 순간 찾는 것이 그곳이다. 철학관, 점집, 무당으로 지칭되는 그 곳. 대기업의 총수들도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 전 날을 받고, 정치가들도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 그곳을 찾는다.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살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계속하여 변화하지만, 거기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세상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원리이다. 이 변화의 원리에 대해 통찰하고 자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주역’이다.
이 책은 1년 365일에 맞추어 ‘주역’에서 문장 하나씩을 발췌하고 그에 대한 해석을 한 다음, 하단에 톨스토이의 사상을 짤막한 문장으로 함께 실었다. 신실한 기독교도였던 톨스토이의 사상과 ‘주역’은 언뜻 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질 테지만, 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겹치는 부분에서 진리란 일맥상통하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주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쓰여졌다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주역’을 풀이하는 일을 업으로만 삼은 철학자가 아니라, 기업가로서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인물이기에 ‘주역’의 의미와 세상의 선입견을 더욱더 안팎으로 느껴 왔다고 하겠다. ‘역(易)’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 현대사회에서 왜곡 없이 전파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자 힘을 쏟는 이유이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자신의 운을 알고자 하는 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근본 이치를 이해하고 현실을 살아 나가는 방법을 깨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철학서이자 처세서로서 저술하였다. 욕망에 휘둘리면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성급하게 이루려다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와 같은 독자들에게 ‘365일 인생을 보는 지혜 - 주역’은 현자의 잠언집이나 작자 미상으로 오랜 시간 구전되어 온 철학서로 다가갈 것이다. 이 책은 ‘주역’ 64괘 가운데 점술에 사용되는 내용이 많은 부분은 제외하고 선택하였다.
이 책을 통해 주역이 미신이 아니라 ‘실천의 철학’이란 사실을 알고 각자의 삶에 적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시류만을 좇는 공허한 삶이 아닌, 바람을 타고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연처럼 무겁지 않은 삶을 살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오랜 철학 ‘주역’이 서양의 학문과 정신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또한 이 책은 날짜에 맞추어서만 읽을 필요는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