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1TV 이광윤 보도국장]유명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향년 75세로 별세한 12일 저녁... 각 언론사는 그의 비보를 헤드라인으로 장식하며 경쟁적으로 고인의 업적 기리기에 바빴다.
화려한 무대에서 화려한 복장으로 누볐던 생전의 고인은 패션계의 거목 답게 온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자타가 공인하는 '종합예술인'이셨다.
그래서일까 전화로 보고하는 담당 기자들의 일성이 모두 "흰색과 패션계의 큰 별"이었다. 순간 "이번 방송은 보도국장인 내가 전담 할테니 내일 오후에 예정된 적도기니 대통령의 비원 방문 취재를 준비하라"는 지시하고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유명인사들의 비보를 들으면 대부분의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고인의 생전과 관련된 본인만의 취재파일을 회상하게 된다. '앙드레 김'으로 각인된 고인의 화려한 이미지는 이미 많은 언론사가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자료가 많아서 희소성이 떨어지지만 2006년 5월 13일 오후 6시께 NBC-1TV가 단독으로 취재한 독보적인 영상은 분명 타 언론사와는 차별성이 있는 특종 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종은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이번 경우에는 당시 우리 카메라에 등장했던 수 백 명의 불특정 취재원들에게 잔잔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소박한 목적이 있었다.
보도국에 도착한 후 <자료 코드 200번>으로 분류된 <2006년 5월 13일 '앙드레 김, 인사동 나들이'>이라는 영상물을 찾았다. 그리고 취재파일에 남겨 있던 당시의 취재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안타까운것은 예전에 삐삐가 휴대폰으로 바뀌면서 단절된 취재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번호 이동으로 인해 취재원 대부분의 연락처가 불통이었다. 그나마 남윤지 라는 딸(당시 6세)을 데리고 앙드레 김과 기념사진을 찍었던 김소라(당시 36세. 부산시 화명동) 씨와 반가운 통화가 성사돼 큰 위안이 되었다.
역시 영상 곳곳에 담겨있는 고인의 모습은 화려한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수 백 명의 인파에 포위된채 일일이 사인 요구에 응했고, 카메라와 휴대폰 촬영이 가능한 시민들이 다가오면 미소진 표정으로 반갑게 그들을 맞았다.
값을 깎아준다는 노점상의 배려에 손사래를 쳤고, 노점에 펼쳐진 값싼 물건을 둘러보는 섬세함에 거목다운 기운이 느껴졌다. 인사동 입구(안국동 쪽)에서 도보로 끝까지(종로 쪽) 이동한 그가 자신의 애마인 흰색 밴에 탑승하고 다시 그 차가 기자의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특종 이라며 전화를 걸었던 신사동(?) 측근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특종 맞죠!... 앙드레 선생님이 무대 밖에서 이렇게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신 경우는 처음이자 마지막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