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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소식

[특별기고]박경삼 교수가 적은 '故 최진실 CF 데뷔사연'

"그래, 내가 뭐라 그랬어, 너 된다고 그랬잖아"


2008년은 유난히 연예인들의 자살 비보가 많았다. 특히 배우 최진실의 죽음은 그를 아꼈던 많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12일 오후, 평소 NBC-1TV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주셨던 박경삼 광운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영상전문가)께서 보도국을 찾아 오셨다.

무명의 최진실을 첫 눈에 알아보고 CF에 데뷔 시켰던 영상계의 거목인 박 교수께서는 최근 다음뉴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몇장의 사진과 그의 비보를 듣고 남다른 허탈감에 적어 두셨던 글을 건네 주셨다.

작품을 생명 탄생으로 묘사 하시는 박 교수의 예술지론을 감안하면 최진실을 데뷔 시킨 장본인으로 언필칭, 그의 죽음은 자식을 잃은 아픔에 버금가는 상념 그 자체였을 것이다. 감정을 가감 없이 적어 둔 박 교수의 글을 전제한다. [이광윤 보도국장 주]

조그만 소녀는 말했다. "전 정말 자신 없어요, 저에게 그런 행운이 있을까요..."

6월의 어느 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새마을호의 어느 객실, 나는 막 부산에서 CF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중이였다. 나는 의도적로 그 소녀를 내 옆 자리에 앉게 했다.

늘 자신없어하던 그 소녀는 조그만 출연료 때문에 보조모델의 일을 하며 생활을 해온 탓인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던 아주 특이한 소녀였다.

그 소녀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당시 내가 연출하는 A 화장품회사의 CF에 보조출연자가 필요했는데 친지의 소개에 의해서 선발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해운대 해변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그 소녀를 유심히 관찰했다.



나는 직업적으로 그 소녀를 보는 순간 그녀가 배우로서 성공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연출자에게만 있는 직감이 아닐까... 그녀에게 나는 이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성이 보이니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그 소녀는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서울역에 도착한 그녀는 나에게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항상 그 소녀가 머리에 떠올랐다. 어느 날 나는 전화번호를 알아내 그 소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여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렵게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설득했다, 그리고 그 소녀의 집을 방문했다 남동생 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그 소녀의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 나는 항상 그 소녀가 자신 없이 고개를 숙이고 대화하는 이유를 알았다.

내가 이 자리에서 그 소녀를 도울 일은 그녀와 그 가족들에게 용기와 자신과 희망을 주는 일밖엔 없었다. 그래서나는 그녀에게 "너는 꼭 될 꺼야" 라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돌아서 나왔다.

두 달쯤 지났을까... 나는 한국화장품의 신제품 "샌스티브"라는 CF를 연출하게 되었다. 전속모델은 당시의 톱스타였던 김희애였다. 내일이면 본 촬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소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예전과는 다르게 아주 밝은 음성이었다. 오랜만에 내 앞에 나타난 그 소녀의 모습은 성숙해 있었다.

그 소녀를 본 순간 나는 내일 찍을 CF에 그녀를 한번 출연 시켜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화장품 CF의 메인모델이 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로 어려웠고 스타가 되는 지름길 이었다. 다음 날 그 소녀는 약속대로 스튜디오에 나왔다.



나는 회사 측에 결제되었던 콘티대로 A안의 촬영을 마치고 이어서 즉흥적인 현장콘티(내 마음대로) B안을 만들어 그녀를 김희애와 공동으로 출연 시켜 촬영을 마치고 돌아 왔다, 역시 이 CF는 나의 아이디어대로 A안과 B안의 두 작품으로 편집되어 당시 한국화장품 관계자에게 보여 졌다.

여기서 직원들과 임원들은 김희애가 단독 출연하는 메인 CF인 A안보다 그녀와 공동으로 출연한 B안을 보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B안에 출연한 신인의 분위기에 모두 정신을 잃었다. 시사회의 결론은 그 소녀가 출연한 B안을 방영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예상치 않았던 한국화장품의 CF가 방송되면서 이 작품에 출연한 그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곧 화장품회사 측에서도 그녀를 전속으로 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을 때였다. 제일기획의 제작팀에 있는 후배가 연락이 왔다.

"감독님 한국화장품에 나오는 신인모델 소개 좀 해주시죠" 나는 그녀를 후배에게 추천해 주었다, 며칠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감독님 저, 저... 삼성전자에 전속 됐어요 감독님 정말감사해요" 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가 뭐라 그랬어, 너 된다고 그랬잖아" "근데, 감독님 이제부터 제 이름은 뭐라고 하죠,, 진실 이는 좀 촌스러운데", "아니야, 본명을 쓰도록 해,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당당하게 쓰는 거야, 이제부터 "최 진 실" 예쁘잖아...

이렇게 태어난 배우가 바로 최 진 실 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다. 아주 짧게, 아주 굵게, 아주 넓게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많은 드라마에서 우리들의 연인의 자리를 지켜줬던 그녀가 떠나버린 빈 자리는 너무 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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