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추경 예산 및 쟁점법안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야당을 찾았다가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한 총리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제적 경제위기를 언급하며 "추경을 곧 해야 할 것 같은데 민주당이 꼭 반영하고 싶은 항목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들에 대해 정치적 견해 차를 뛰어 넘어 정부가 힘내서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정 대표는 "국회가 정쟁을 하기보단 위기 극복 및 민생 국회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요새 외환시장, 주식시장도 그렇고 해서 고심이 많으신데, 총리께서 좀 묘책을 가지고 오셨나"라며 냉기를 풍겼다.
정세균 대표는 한 총리가 "IMF가 우리 성장률을 5%포인트 줄이는 등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해명하자, “IMF가 마이너스라고 할 때 정부가 수정예산 3%로 해서 가져온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라며 정색했다.
민주당에 이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예방한 한승수 총리는 "우선 여당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시하며 대안을 갖고 밤을 세워서라도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총재는 "미디어법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많이 나오는데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이르는 말)' 같은 큰 신문사들에게 방송사를 끼워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 같다"며 "여론 독과점을 경계하고 다양성을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교차소유 비율 등의 제한 장치가 마련돼야 함에도 한나라당이 대안을 내놓지 않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야당 총재들에게 질타를 당한 사람이 한 총리뿐만 아니다. 자유선진당 방문을 수행했던 한 경호원이 기자들의 취재를 제지하다가 당 관계자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박선영 대변인이 비공개 회동을 언급하며 기자들에게 퇴장을 요구하는 순간, 경호원이 방송사 이동마이크를 모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이 순간 권선택 원내대표가 “공개해도 무관하다”며 기자들의 입회를 허용했다.
이어 방송사 기자들이 다시 무선마이크를 이 총재와 한 총리 쪽으로 옮기려는 순간 경호원이 이를 제지했다. 몇 명의 기자가 계속 저지를 당하자 이를 본 당 관계자가 문제의 경호원을 밀치며 항의를 했다. 덕분(?)에 취재는 수월해졌고 다시 비공개 회동으로 기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당신이 왜 남의 당에 와서 취재를 방해 해!, 당신 이름이 뭐야?...” 퇴장하는 회의장 옆 방에서 좀 전의 그 관계자가 문제의 경호원에게 강력한 항의를 하고 있었다. 기자들 왈 “오늘 총리만 혼나는게 아니네...” [NBC-1TV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