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1TV 정세희 기자]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0일 오전 9시30분께 경호원들에 의해 안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병정 강남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강남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가진 내외신 긴급기자회견에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는 10일 자택에서 평소 아침에 앉아있던 2층 거실 원탁 테이블에 앉아있지 않아 신변보호팀 직원이 방문했으나 인기척이 없어 비상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해보니 욕조에서 알몸상태로 앉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안 서장은 “발견 당시 욕조의 물과 사체에 온기가 남아있었고 외견상 외력에 의한 상처는 없는 것으로 확인돼 타살일 가능성이 희박하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할 예정”이라며 "황 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추정하고 있지만 외부 세력에 의한 암살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씨는 지난 1965년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1970년 당중앙위원, 1980년 당비서 등 북한의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로 지난 1997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북한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강연을 펼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관계자는 "황씨가 기거하던 강남구 논현동 안가(安家)는 최고 수준의 경호 체제가 구축돼 있어 외부에서 침입에 의한 타살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또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암살 등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경호 수준을 국무총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높였다”며 “건물 내부에서는 각종 화기로 중무장한 20여 명의 보안 요원이 돌아가며 황씨를 밀착경호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황씨가 보일 수 있는 창문은 방탄유리로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황씨가 사는 안가는 지상 2층의 단독 주택으로 담이 워낙 높아 일반인은 넘어갈 수 없고, 건물과 담 사이에 고도의 훈련을 받은 맹견(猛犬)이 대기하고 있어 침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보안당국의 설명이다.
황씨가 2층에서 잠을 자는데 취침할 때 보안 요원 1명이 같은 층에서 비상대기를 하며, 1층에서는 나머지 요원이 CCTV와 침입 센서 관제를 책임지는 내부 경호로 입체적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경찰은 “보안 요원들의 근무시간을 늘려 밀착 경호를 강화하고 화기의 화력도 보강했을 뿐 아니라, CCTV와 외부침입 센서의 수를 늘려 사각지대를 없앴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경찰은 황씨가 자살했을 가능성도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부검을 하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평소 노환으로 체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던 고인이 통일에 대비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강한 정신력을 보였던 점으로 미뤄 자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의 자세한 사망원인은 부검 결과가 나오면 좀더 상세히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는 자살이나 타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정치권은 휴일 오전에 알려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해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 민족의 평화를 위한 고인의 용기있는 행동을 높이 평가한다”며 “고인의 업적을 초석삼아 대한민국의 안보와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점검 대책회의에서 “황장엽 선생은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세운 학자이면서 민족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계시다가 이렇게 급격히 사망한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윤혜연 부대변인은 “북한 정권의 광폭성을 질타해오던 노영웅의 서거를 애도한다”며 “노구를 이끌고 자유대한으로 넘어와 높은 뜻을 펼치지 못하고 가신 고인의 한 많은 생애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안타깝다”며 “살아생전 그의 행적은 분단이 빚어낸 가슴 아픈 또 하나의 초상이다. 넋이라도 통일세상을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황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자체 그림(영상, 사진)이 없는 언론사에는 고인의 그림 없이 뉴스를 보도 하거나 통신사 자료를 인용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에서는 NBC-1TV가 단독으로 취재했던 황장엽 씨의 생전 방송자료를 활용하기 위한 문의가 빗발 치기도 했다. 이는 황장엽 씨의 동선 자체가 철통보안에 속했다는 반증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