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1일) 저녁부터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반대집회'가 참가자들이 청와대 쪽으로 진출하면서 반정부집회로 돌면, 오늘 아침 경찰에 의해 완전히 해산될 때까지 12시간 동안 이어지며 시위 참가자 60여명과 경찰 40여 명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어제 저녁 7시부터 시작된 서울광장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10만여 명이 모였다. 저녁 8시 40분, 집회가 끝난 뒤 시위대는 광화문길에 담장처럼 둘러쌓인 경찰버스를 우회하며 두 방향으로 나뉘어 청와대로 향했다.
2만여 명은 을지로 1가를 거쳐 광화문쪽으로 행진했고, 3만여 명은 서소문로를 거쳐 서대문역쪽으로 움직였다. 밤 9시 반 서소문로를 지난 행렬은 독립문 앞에서, 을지로를 지난 사람들은 종각역에서 각각 경찰과 대치했지만, 경찰저지선을 힘 없이 무너졌다. 밤 10시경 경찰 저지선을 뚫은 시위 참가자들이 사직터널을 지나 청와대 쪽으로 향했고, 같은 시간 종각역에 있던 2만여 명 역시 안국동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방향으로 몰려 들었다.
밤 11시부터 11시 30분 사이 두 시위대는 각각 경복궁역 앞과 삼청동 입구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100m 이상 전진했다.
시위대는 길을 가로막은 전경버스를 치우기 위해 쇠창살과 창문을 뜯어내고 밧줄로 버스를 넘기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사다리를 타고 전경버스 위로 오르는 등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쏘면서 이들의 진출을 저지했다.
이과정에서 인터넷으로 현장 생중계를 하던 인터넷매체 기자들이 물벼락을 맞아 방송에 차질을 빚었으며 방송 및 사진 기자들도 우비를 급조하는 등 태풍취재를 방불케하는 악조건으로 돌변했다. 반면 시위대는 경찰의 살수작전을 미리 대비한 듯 대형 비닐과 비옷 등으로 경찰의 물대포 발사를 방어하는 등 조직화 양상을 보였다.
경찰은 청와대 앞 대치상황이 시작된 지 50여분만인 전날 밤 11시50분께 효자동 길목에서 처음 살수한 이후 7시간여 동안의 대치상황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짧으면 2~3분, 길면 10여분 동안 시위대 쪽으로 물대포를 쐈다.
이날 시위자들은 카메라에 붙은 특정 방송사 로고를 보고 “보도를 제대로 하라”며 불만을 토로하며 “OOO 반만 닮아라”며 특정 언론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고, 곳곳에서 기자들의 신분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는 등 위장 경찰(?) 색출에 예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치열했던 시위는 새벽 4시 반, 경찰 특공대가 투입돼 강제 해산이 시작되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 들었다. 시위대는 세종로쪽으로 밀려났고, 동이 트기 직전인 아침 6시 반 마지막까지 남은 5백여 명이 서울광장으로 모였지만, 아침 8시 20분쯤 이들도 경찰이 강제 해산시키면서 12시간 동안의 긴박한 상황이 끝났다.
경찰 폭력진압에 대한 야당의 논평이 이어진 가운데,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선진당은 박선영 대변인을 통해 "경찰이 해산과정에서 군홧발로 여대생의 머리를 짓밟은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며 "또 다른 동영상에는 피를 흘리며 연행되는 시민들의 모습과 시위대를 방패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장면과 물대포를 맞고 넘어지는 시위대의 모습이 촬영돼 경찰의 과잉진압이 문제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비폭력 무저항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시위대에게 이토록 무참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비록 시위 도중에 도로교통법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비폭력 무저항으로 일관하는 시민에게 그 같은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은 과잉진압 관계자를 즉각 문책하라! "고 주장했다.